한국에서 사라져가는 스팀의 인디 게임들

게임을 유통하려면 심의를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PC, 콘솔 어느 쪽에든 다 해당하는 말입니다.

또 기종별로 다 받아야 합니다. 비록 같은 게임일지라도요.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국내에 정식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어를 지원하는 스팀의 게임들이 심의를 받을 대상인가? 라는 주제로 시작된 문제는 결과적으로 게이머들에게 불행만 안겨주었습니다.


한국에는 두 가지 심의위원회가 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GRAC)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라는 민간 심의 단체입니다.

서로 역할을 나누어 심의를 진행하는데 간단하게 18세이용가 게임은 GRAC에서, 나머지 15세이용가, 12세이용가, 전체이용가는 GCRB에서 진행합니다.


몇 달 전인 2014년 9월 29일,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주선 의원이 스팀의 한국어 지원 게임들 중 상당수가 심의를 받지 않았다며 지적을 했습니다. 박 의원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공식 한글화된 게임 서비스의 경우 관련법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으면, 이는 국내 기업에 대한 차별로 작용하게 된다. 등급분류가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만큼,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라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관련 기사: http://gameshot.net/common/con_view.php?code=GA5428be22f3100


문제는 이다음입니다. 조금씩 떠들썩하다가 Defender's Quest의 개발자 Lars가 트위터로 이러한 내용을 트윗했습니다.

"듣자 하니, 디펜더즈 퀘스트는 스팀에 공식적으로 한국어를 지원하려면 한국에 심의받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Lars 2014.10.23

Team.SM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어를 지우기로 했습니다. 당장 심의를 받을 방법이 전혀 없었고, 팀원들의 사비로 심의를 받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또 공식 한국어 번역한 게임 중 Anodyne은 메일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Octodad는 메일을 받았으나, PS4판으로 국내에 심의받은 내역을 스팀에 제출했습니다. 스팀에선 받아준 상태입니다.


이 이후, Mini Metro 개발자가 또 "한국어를 지원하려면 심의를 받아야 하는 듯 하나, 지금 심의를 받을 방법이 전혀 없는듯하다. 따라서 한국어를 삭제하겠다."라는 공지와 함께 한국어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또, 우리가 모르는 동안 게임들이 한둘씩 한국에서 지역 제한이 걸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우연히 Anodyne의 상점 페이지를 찾게 된 저는 충격적인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지역 제한. 저는 황급히 한국어를 지원하는 모든 게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때까지 Steam에서 한국어 지원이 중단되거나 지역 제한된 게임 목록


Defender's Quest (자발적 한국어 삭제)

Mini Metro (심의를 받지 못하여 개발사가 삭제)


아래는 2014.12.8 기준으로 발견된 지역 제한된 게임들의 목록


Battle Nations (심의 관련하여 한국어 제거 및 지역 제한)

Anodyne (지역 제한됨)

Draw a Stickman: EPIC (지역 제한됨)

Bridge Constructor (지역 제한됨)

Command & Conquer 4: Tiberian Twilight (지역 제한됨)

Battlepillars Gold Edition (지역 제한됨)

Bridge Constructor Playground (지역 제한됨)

Defense Technica (지역 제한됨)

Machines At War 3 (지역 제한됨)

Rage Runner (지역 제한됨)

Time Mysteries: The Final Enigma (지역 제한됨)


결과는 엄청났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10개가 넘는 게임들이 지역 제한인 상태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인디 게임 쪽에서는 심의를 받을 여건이 나지 않으니 한국어를 지울 거로 생각했지만, 충격적이게 아예 지역 제한이 걸려버린 것이었습니다.

Anodyne 개발자와 대화 결과, 스팀이 지금 한국어를 지원하지만 심의받지 않은 게임들의 지역 제한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따져야 할 점은 무수히 많습니다.

한국어를 쓰면 심의를 받아야 하는가?, 한국에 정식 서비스하지 않는데도 심의를 받아야 하는가?, 심의비 측정 기준은 왜 용량으로 따지는가?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심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제가 GRAC와 통화를 했던 내역은 여기(http://team-sm.tistory.com/34)서 보실 수 있습니다. 11월에 연락처를 추가한다고 했고, 지금 전화번호가 팝업으로 뜨는 상태입니다. 근데 중요한 것은 제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위에 적었다시피 15세이용가 이하의 모든 게임들은 GCRB에서 심의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대부분 게임들은 GRAC가 아닌 GCRB에 먼저 연락을 취해야합니다. 그런데 GCRB는 영문 페이지마저 없습니다.


그에 관련하여 디시인사이드의 한 유저분이 고생하셔서 알아낸 정보입니다.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game1&no=2679161

심의는 당장 받아야하는데 2015년에도 영문 페이지 계획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래는 스팀이 개발자들에게 보낸 메일 일부입니다. 지금 상황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Hello,

As you may know Korean law requires that all games sold in Korea be rated by the Korean ratings board (GRAC).  https://www.grb.or.kr/english/  We were recently received a Notice of Corrective Action from  the GRAC [중략]

they indicated that this game must be rated.  While GRAC suggested this happen promptly they indicated that they will check back at the end of the year and we believe they will be satisfied if the game is rated by then. 

The GRAC also indicated that there are resources available to help developers without a Korean presence with the process.

The GRAC website includes an English language flowchart of the submission process.

We’re told that the process typically takes about two weeks.

have an existing rating or if you would prefer that it be removed from the sale in Korea on Steam.

GRAC에서 어떤 식으로 대화를 했든 간에 스팀의 입장은 이러합니다. 국회의원들 쪽은 지금 조용합니다. 잠깐 화제가 된 이후 조용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팀은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150개의 한국어 지원 게임 중 절반이 넘는 게임들이 지역 제한에 걸리게 될 것입니다.


급한 순간은 지금 당장입니다.


해당 내용은 퍼가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저 스팀이 개발자들에게 보낸 메일의 일부는 지워주시기 바랍니다.